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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성범죄
✍️ 관리자 📅 2013.10.21 10:28 👁 31
◇출근길 단속 현장 인파로 '북적북적' 가을비가 내린 지난 15일 오전 7시30분. 서울 지하철 3·7·9호선 환승역인 고속터미널역은 출근길을 서두르는 수많은 시민들로 북적였다. 쌀쌀해진 날씨에 잔뜩 몸을 웅크린 시민들은 출근길을 서둘렀다. 고속터미널역의 하루 평균 승차 인원은 5만여 명. 아침 출근시간에는 1만여 명의 시민들이 이용한다. 특히 7호선에서 3·9호선으로 갈아타는 환승구간에는 2~3분 간격으로 수백 명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린다. 약 25m 길이의 에스컬레이터 인근에서 시민들을 주시하는 건장한 체구의 두 남자. 서울 지하철경찰대 수사 2대 3팀 이원석, 정봉규 형사다. 이 형사와 정 형사는 주로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들 인근에서 수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없는 지 감시했다. 두 형사는 항상 떨어져 거리를 유지한 채 움직인다. 멀리서 보면 서로 눈도 잘 마주치지 않고 영 모르는 사람 같다. 이들은 눈으로 대화한다. 형사들이 흔히 사용하는 무전기도 없다. 눈속임을 위해 이어폰을 착용하고 움직인다. 이 형사는 이날 검은색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었다. 물론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멀리서 보면 마치 음악을 듣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잠깐 대기", "따라 붙어", "자리 이동". 말하지 않아도 서로 통하는 이들은 벽에 기대거나 기둥 뒤에서 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눈빛을 주고받는다. 이 형사는 기자가 계속 왔다 갔다 하자 "그렇게 왔다 갔다 하면 누가 봐도 형사나 기자처럼 보인다"며 "귀에 이어폰이라도 꽂든가. 수첩이나 볼펜은 꺼내지도 말라"며 핀잔을 준다. 핀잔을 주면서도 주위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감시의 시선을 날린다. 바닥에 구두굽이 '또각또각' 부딪히는 소리와 온갖 소음, 승강장 내부에 울리는 안내 방송 등으로 정신없는 상황에서도 형사들은 수상한 사람을 잡아내기 위해 집중한다. 정 형사는 인파 속에서 조금이라도 더 잘 보려고 미간을 찌푸렸다. 최근 들어 시력이 부쩍 나빠졌다는 정 형사의 눈이 빨갛게 충혈 됐다. 그는 "햇빛도 들어오지 않는 지하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관찰하고 감시해야 하니까 눈을 부릅뜨고 일 하는데 시력이 나빠지는 것 같다. 공기도 안 좋고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열차 한 대가 도착하자 순식간에 사람들이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으로 몰렸다. 순 식간에 빈 계단 하나 없이 사람들이 꽉 들어찼다. 그 광경은 흡사 아프리카의 누우 떼가 강을 건너는 것 같았다. 두 형사의 눈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평범한 시민들 속에서 수상한 기운이 감지되면 형사들은 자연스레 군중 속으로 들어간다. 관찰하고, 이동하는 이런 과정을 수차례 반복한다. 에스컬레이터에 서서 전방을 주시하는 눈빛이 매섭다. 그래도 누구하나 이들이 형사라는 사실을 눈치 채는 사람들은 없다. 이날 오전 내내 수십 차례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을 오르내렸지만 여성의 '치마 속'을 노리는 '몰래 카메라범'은 잡지 못했다. 이 형사는 여성들의 치마 길이에 따라 적발 건수가 차이 난다고 했다. 그는 "아무래도 치마 속을 찍는 것이기 때문에 치마가 짧아지면 카메라 촬영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오늘 같이 비가 오고 추운 날씨면 확실히 건수가 적다"고 말했다. 지하철경찰대는 '몰카범' 외에도 소매치기나 성추행 사건도 담당한다. 성추행 사건은 주로 전동차 안에서 발생한다. 이 형사는 "사람이 많이 몰린 전동차 안에서 밀착되면 여성들은 조심해야 한다"며 "이게 진짜 의도적으로 만진 것인지 아니면 우연히 닿은 것인지 당하는 사람들은 다 안다"고 말했다. 날씨가 쌀쌀해진 이날 '몰카범'은 적발되지 않았지만 성추행 사건은 서울 내 지하철에서 하루 평균 1~2건씩은 적발된다고 경찰은 전했다. 박형종 지하철경찰대 수사2대 3팀장은 "2011년 스승의 날에 초등학교 교사가 전단지를 돌돌 말아 그 안에 초소형 카메라를 숨겨 놓고 사당역 승강장에서 여성의 치마 속을 찍다가 잡힌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단지를 그냥 말아서 막대기처럼 하니 (피해자가)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고 한다. 스승의 날에 현직 교사가 잡혀 들어올 만큼 카메라로 몰래 촬영하는 사람들의 직업이나 연령은 다양하다"고 덧붙였다. 한시도 쉬지 않고 몸을 움직였더니 그 새 숨이 차고 이마에는 땀이 맺힌다. 기자가 보기에는 모두 출근길을 서두르는 시민들 같은데 형사들은 어떻게 수상한 사람을 찾아내는지 궁금했다. 이 형사는 "수상한 사람을 어떻게 판단하는지 말로 설명하긴 힘들다. 우리들 말로는 '촉'인데 그 촉이 오는 사람이 있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거나 인상착의가 특이한 것도 아니다. 초범은 대게 두리번거리거나 머뭇거리고 같은 곳을 왔다 갔다 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수많은 인파 중에도 눈길이 가고 시선이 가는 사람들이 있다"며 "자연스레 몸이 반응하고 눈이 따라간다. 그럼 바로 뒤쫓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힌 지하철역을 분주히 오가며 열차와 역사 내 치안을 담당하는 서울 지하철경찰대의 전체 인원은 108명이다. 수사 1~2대와 16개 출장소로 구성돼 있다. 출장소는 범죄예방활동과 민원 처리를 담당한다. 문제는 인력. 성범죄나 절도와 같은 사건을 담당하는 수사 1~2대의 인원은 40명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전일 당직과 휴무자를 제외하면 하루에 단 20명만이 351개 지하철역을 담당한다. 하지만 지하철 성범죄는 해를 거듭 할수록 늘어나고 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영주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지하철 범죄 자료'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범죄는 ▲2010년 1192건 ▲2011년 1291건 ▲2012년 848건 ▲2013년 8월까지 788건 등이 발생했다. 특히 몰래카메라 범죄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박 팀장은 "우리 팀이 지난해 12월 말까지 총 150건의 사건을 인지했다. 올해 10월 현재까지는 154건이다. 이미 지난해 수치를 넘었다"고 밝혔다. 이어 "대대적으로 홍보도 하고 예방 활동도 열심히 하는데 (몰카 범죄가) 좀처럼 줄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지하철 범죄는 현장에서 범행을 포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 형사는 "현장에서 바로 덮쳐야 하는데 그게 힘들다. 이곳만 봐도 사람이 얼마나 많은 가"라며 "출퇴근 시간에 사람이 몰려서 다들 바쁘게 이동하는데 순식간에 벌어지는 일을 인지해 잡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몰카범'들은 적발 돼도 오리발을 내밀기 일쑤다. 정 형사는 "자신은 안 그랬다며 딱 잡아떼지만 현장에서 바로 휴대전화를 보면 사진첩에 다 있다. 영상, 사진 찍은 것들이 수두룩하게 나온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적발하지 못하면 형사들은 폐쇄회로(CC)TV로 눈을 돌린다. 그러나 CCTV도 수사에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 박 팀장은 "현장에서 수많은 인파를 감시하고 관찰 하느라 눈이 아프다. 수사하는 과정에서도 화질도 좋지 않은 CCTV 화면 보느라 우리끼리 시쳇말로 '눈깔 빠진다'고 한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CCTV에 대해 할 말이 많다고 했다. 그 수도 터무니없이 부족하고 그나마 있는 것들도 화질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지하철역에서 일어나는 범죄 대부분은 CCTV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하철역에 설치된 CCTV는 대개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용도로 설치된 것들이다. 실제로 범죄를 예방하거나 수사에 도움이 될 만한 영상을 찍을 수는 없다. 대수도 부족하도 전부가 제대로 가동되는 것도 아니다. 저장 용량이 작은데다 밀어내기 식으로 삭제되기 때문에 길어야 일주일에서 열흘 치 영상만 저장돼 있다"고 아쉬워했다. 아침 출근시간대 근무가 끝날 무렵 고속터미널역 환승구간 에스컬레이터를 다시 찾았다. 출근 시간이 한참 지난 시각이었지만 여전히 많은 승객들이 에스컬레이터에 가득 서있다. 고개를 들어보니 에스컬레이터 꼭대기 부근 천정에 CCTV 2대가 설치돼 있다. 높은 곳에 매달린 CCTV로는 다닥다닥 붙어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은밀한 일들을 알 수 없을 것 같았다. 갈수록 화질과 성능이 좋아지는 스마트폰이 누군가의 치마 밑을 찍고 있다고 하더라도. 먼지 쌓인 CCTV에서 빨간 불이 껌뻑거렸다. 그 순간 정 형사의 빨갛게 충혈 된 두 눈이 떠올랐다. 출처 : hong1987@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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