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셋집 강도살인 등 가정집에 침입해 벌이는 강력사건이 늘어나자 시민들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시민들이 부동산 업체나 이웃의 방문에도 현관문을 굳게 걸어 잠그면서 갖가지 애로사항이 발생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 A 부동산은 요즘 울상이다.
최근 들어 경기가 풀려 부동산 거래 문의는 늘어났지만, 정작 매물이나 전세로 나온 집을 보여줄 수 없기 때문이다.
얼마 전 부산과 양산에서 전셋집 방문을 위장한 40대 강도가 부동산 직원과 60대 할머니를 잇따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한 뒤로는 부녀자 혼자 있는 집은 부동산 직원이 동행하고 도어 스크린으로 얼굴을 보여줘도 현관문을 열어 주지 않는다.
가뜩이나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부동산업소에 고용된 여성 직원도 혼자 온 손님과는 빈 전셋집을 방문하지 않으려고 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부동산 사장 김 모(53)씨는 "거래 문의가 많아도 주민들이 워낙 불안함을 호소하니 가족들이 다 집에 모이는 밤 9시 이후에 집을 보러 들리라고 하는데 사실상 그 시간에는 손님과 움직이기 어렵다"면서 "얼마 전 여성 부동산 업체 종업원이 살해된 이후로는 부동산 직원들도 비어 있는 집은 아예 손님에게 권하지도 않고, 현장 방문도 피하고 있어 막막할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부산 남구 B 아파트는 매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각 통마다 30만 원씩을 모았는데, 올해는 10만 원 밖에 모으지 못했다.
아파트 반장이 출입구 게시판에 성금 모금 안내를 써 붙여 놓고 집집마다 방문에 나섰지만, 서로 얼굴을 모르다 보니 아예 현관문을 열어 주지 않는 것이다.
반장 박 모(42)씨는 "천원, 이천원 걷기 때문에 부담도 없을 텐데 분명히 집안에 인기척이 나도 세상이 하도 겁나니깐 문을 열어 주지 않는다"면서 "문앞에 나중에 방문하겠다는 쪽지를 붙여 놓으면 행여나 그 내용을 보고 누군가 범행에 이용할까봐 되려 항의를 하는 집도 몇 가구 있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요즘에는 택배기사의 방문에도 현관문을 열어주지 않아 대부분 택배가 곧장 경비실로 향하고 있다.
전셋집 강도살인에 택배기사나 학습지 교사를 가장한 강도사건까지, 각종 강력사건이 가정집 깊숙이 파고들면서 이웃에게까지 현관문을 걸어 잠그는 서글픈 세상이 되고 있다.